보일러 연통이 구멍 났다. 해가 누운 저녁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와 철을 잘라, 낮고 가로로 길쭉한 사다리를 놓고 그 위로 올라가 용접을 시작했다. 여름밤 폭죽놀이처럼 용접봉에서 불꽃이 튀어 올랐다. 재가 쌓이고 화기가 새어 나와 검회색으로 그을린 지하실은 가난한 화가의 낡은 작업실 같았고, 누런 전등은 허름한 미술관에 달린 핀 조명 같았다. 낮은 조도 속으로 시야의 모든 것들이 스며들었다. 조화로운 풍경이었다. 반투명한 아버지의 시간이 겹겹이 덧대어져 보수된 공간은 액자에는 담기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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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melli
작성일 2021-05-15 09:20:2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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